
포항 버스 노선을 영어로 옮겼습니다 — 공공데이터로 만든 세 번째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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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 2026첫 번째 버스 도구를 내놓고 나서, 제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버스가 어디를 지나가는데요?” 답을 하나 줬더니 다음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두 번째 도구는 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답을 주면 다음 질문이 온다
지난번에 만든 Pohang Bus Route Finder는 딱 하나에만 답하는 도구였습니다. “A에서 B까지 몇 번을 타야 하는가.” 207번이라고 알려주고 끝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번호를 받은 사람이 바로 이렇게 묻더군요. “이 버스가 어디를 지나가나요? 중간에 뭐가 있죠? 얼마나 걸려요?”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저도 낯선 도시에서 버스를 탈 때 그렇습니다. 번호만으로는 못 탑니다. 이 버스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눈으로 봐야 안심하고 올라탑니다.
그래서 두 번째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노선 하나를 통째로 펼쳐놓기
Pohang Bus Routes는 노선 번호를 누르면 그 노선의 정류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펼쳐 보여줍니다.
정류장마다 한글 이름과 영어 이름이 같이 붙어 있고, 왼쪽에는 기점에서부터의 거리가 킬로미터로 적혀 있습니다. 위쪽에는 전체 정류장 수, 총 거리, 편도 소요 시간이 나옵니다.
그리고 버스 앞 유리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를 따로 알려줍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이 실제로 대조해야 하는 건 노선 번호가 아니라 그 행선지 표지거든요.
만들고 나서 알게 된 것
이 페이지를 만들 때 저는 외국인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완성해놓고 보니 제가 더 자주 쓰고 있더군요.
포항에 사는 사람도 자기가 늘 타는 노선의 전체 경로를 다 알지는 못합니다. 저는 207번을 수없이 탔지만 그 버스가 47개 정류장을 지나 19.6km를 달린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기능을 하나 더 붙였습니다. 노선도를 이미지로 저장하는 버튼입니다.
누르면 그 노선의 정류장 순서가 세로로 정리된 그림 파일이 폰에 저장됩니다. 사진첩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보는 식이죠.
왜 굳이 이미지로 저장하게 했나
이유가 있습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국에 처음 온 사람은 인터넷이 항상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SIM이 아직 안 켜졌거나, 데이터가 잘 안 잡히는 구간에 들어가거나, 로밍을 아끼려고 꺼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웹페이지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진첩에 든 그림은 열립니다.
다른 하나는 공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링크를 보내면 상대가 눌러서 들어가야 하지만, 그림은 그냥 보입니다. 카톡으로도, 메시지로도,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도 됩니다.
도구를 웹페이지 안에만 가둬두지 않는 것. 그게 이번에 배운 것입니다.
고쳐야 했던 것
공개하고 나서 지적을 받았습니다. 노선 이름이 한글로만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정류장 이름은 전부 영어로 옮겨놓고선, 정작 눌러야 하는 버튼에 ‘구룡포1’, ‘흥해3’, ‘지곡행’이라고만 적어뒀더군요. 읽지 못하면 누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노선 이름과 방향 표지에도 로마자를 붙였습니다. 구룡포1은 Guryongpo 1, 지곡행은 To Jigok으로요. 한글은 크게 그대로 두고 그 아래에 작게 붙였습니다. 버스 앞 유리에는 한글밖에 없으니까요.
옮기면서 신경 쓴 게 하나 있습니다. ‘송라’는 Songra가 아니라 Songna입니다. 글자는 ㄹ이지만 발음은 [송나]거든요. 로마자 표기법은 글자가 아니라 소리를 적는 규칙입니다.
이런 걸 하나하나 손으로 고치면 나중에 노선이 바뀔 때 또 틀립니다. 그래서 자음동화 규칙 자체를 코드에 넣었습니다. 덕분에 행선지 76개가 전부 자동으로 맞게 나옵니다.
다음은 지도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진짜 만들고 싶은 건 이게 아닙니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떠올려보세요. 한 장이면 됩니다. 한국어를 못 읽어도 색깔과 선을 따라가면 어디서 갈아타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한 장이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움직였습니다.
포항 버스에는 그런 한 장이 없습니다. 저는 그걸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 못 만들었습니다. 지도를 그리려면 정류장 1,071개의 위치 좌표가 필요한데, 제가 지금 쓰는 데이터에는 그게 없습니다. 좌표가 들어 있는 다른 공공데이터를 찾아서 신청해둔 참입니다.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경주
포항에서 이 두 개를 만들면서 확인하고 싶었던 게 있었습니다. 공개된 데이터 하나로 쓸 만한 도구가 정말 나오는가.
나왔습니다. 서버도 없고, 지도 API도 없고, 돈도 안 들었습니다. 포항시가 몇 년 전에 올려둔 CSV 파일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방법이 다른 도시에서도 통해야 합니다. 다음은 경주입니다.
경주는 포항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이 옵니다. 불국사, 첨성대, 대릉원, 황리단길. 그런데 그 사람들이 버스를 어떻게 타는지는 여전히 아무도 영어로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경주 데이터는 포항과 형식이 달라서 그대로는 안 됩니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버스 노선을 모아놓은 데이터가 따로 있어서, 그걸 받아 쓰려고 준비 중입니다.
확인한 것만 씁니다
도구를 하나씩 늘려가면서 지키는 원칙은 그대로입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은 쓰지 않습니다. 직행 노선을 못 찾으면 “없다”고 말합니다. 데이터에 한쪽 방향만 있으면 그렇다고 밝히고 버스 앞 표지를 확인하라고 합니다. 실시간 도착 시간은 아예 다루지 않습니다.
그럴듯하게 채워 넣는 건 쉽습니다. 그런데 그 번호를 믿고 버스를 탄 사람이 엉뚱한 데서 내리면, 다시는 이 사이트를 안 씁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틀린 걸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 참견아빠
데이터 출처 · 포항시 시내버스 노선 정보(공공데이터포털), 2026-05-12 기준. 노선은 바뀝니다. 잘못된 게 보이면 알려주세요, 확인하고 고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