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Market을 시작합니다 — 포항 전통시장을 다시
7월 29, 2026포항 시장 이야기를 쓰던 사람이 갑자기 영어로 된 계산기를 만들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솔직하게 적어봅니다.
시장에서 배운 것
죽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상인분들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습니다. “요즘은 손님이 없어.” 그런데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손님이 없는 게 아니라 손님이 우리를 못 찾는 것이었습니다. 가게는 30년째 그 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검색하는 곳에는 그 가게가 없었던 거죠.
이건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 자신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포항에 관한 글을 아무리 정성껏 써도, 포항을 검색하는 사람의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좋은 기록을 남기는 것과,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 닿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러다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포항 맛집을 찾는 한국인은 하루에 몇십 명입니다. 그런데 “한국 여행 경비가 얼마나 드는지” 영어로 검색하는 사람은 하루에 수천 명이더군요. 그리고 더 이상한 건,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있는 정보라고는 대부분 서울 이야기, 그것도 몇 년 전 물가로 쓰인 글들이었습니다. 지방 도시가 서울보다 훨씬 싸다는 이야기, 시장에서 8,000원이면 곰탕 한 그릇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살지 않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정보니까요.
그러니까 저는, 제가 매일 지나다니는 골목의 가격표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정보원이었던 겁니다. 그걸 몰랐습니다.
그래서 계산기를 만들었습니다
글이 아니라 도구를 먼저 만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 구글은 검색 결과 맨 위에 AI가 만든 요약을 띄웁니다. 그래서 “정보를 알려주는 글”은 점점 클릭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답만 받아가고 사이트에는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계산기는 다릅니다. 계산기는 읽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서, 요약해서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직접 와서 숫자를 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Korea Travel Budget Calculator입니다. 며칠 묵는지, 몇 명인지, 어떤 스타일로 다니는지를 넣으면 숙박·식비·교통·볼거리에 KTX와 eSIM까지 더해서 원화와 자기 나라 돈으로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계산기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선택지가 하나 있습니다. “Regional Korea” — 서울이 아니라 포항, 경주 같은 지방 도시로 다닐 경우입니다. 눌러보면 금액이 눈에 띄게 내려갑니다.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진짜 한국은 서울 바깥에도 있고, 심지어 더 쌉니다.
이게 시장과 무슨 상관인가
상관이 있습니다. 아니, 이게 전부입니다.
지금은 계산기 하나지만, 이 도구를 쓰는 사람들이 “그래서 그 지방 도시가 어디냐”고 물으면 답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죽도시장에서 뭘 먹어야 하는지, 시장에서 어떻게 주문하는지, 곰탕 골목의 두 노포 중 어디를 가야 하는지 — 영어로 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Re:Market이 상인분들의 가게를 기록하는 일이라���, 이 도구들은 그 기록을 더 멀리 보내는 통로입니다. 포항에 오는 사람이 한 명 늘면, 그건 골목의 가게 하나에 손님이 한 명 느는 일입니다.
솔직한 고백 하나
저는 영어를 잘 못합니다. 계산기의 영어 문장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썼습니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문장 안에 들어간 숫자들 — 곰탕 8,000원, 수제비 골목 5,000원, 시장 백반 한 상 — 은 전부 제가 직접 걸어다니며 확인한 것들입니다.
AI는 문장을 만들 수 있지만 시장에 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장에 갈 수 있습니다. 그거면 충분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산기는 계속 다듬을 예정이고, 곧 두 번째 도구도 나옵니다. 만들어놓고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발로 확인한 것만 넣겠습니다.
— 참견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