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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야자가 끝난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내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문제는 제가 술을 못 먹는다는 것입니다. 못 먹으니 모릅니다. 모르니까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그냥 눈에 예쁜 걸로 골랐습니다.
4캔 12,000원. 그 결과가 이겁니다.

계산대에서는 몰랐던 것
집에 와서 캔을 하나씩 읽어보고 알았습니다. 네 캔이 용량도 도수도 다 다릅니다. 같은 값에 담았는데 말입니다.
제가 담은 4캔, 실제로는 이렇습니다
| 호로요이 복숭아 | 350ml · 3% · 순알코올 8.3g |
|---|---|
| 짐빔 자몽 하이볼 | 350ml · 5% · 순알코올 13.8g |
| 오키나와 하이볼 | 350ml · 5% · 순알코올 13.8g |
| 보드카 크루저 | 420ml · 4.8% · 순알코올 15.9g |
도수는 크루저가 4.8%로 제일 낮은데, 실제로 들어간 술은 크루저가 제일 많습니다. 용량이 70ml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크루저 한 캔이 호로요이 두 캔에 가깝습니다. 3%와 4.8%. 숫자만 보면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두 배입니다.
직접 계산하는 법
용량(ml) × 도수(%) × 0.789 = 순알코올(g)
캔 옆면에 용량과 도수가 다 적혀 있으니 계산기만 있으면 됩니다. 편의점 4캔 행사에서 뭘 담을지 고를 때 이거 하나면 충분합니다.
소주로 바꾸면
참이슬 후레쉬는 2026년 6월부터 15.7도입니다. 소주잔 한 잔을 50ml로 보면 한 잔에 순알코올 약 6.2g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소주 몇 잔에 해당하나
| 호로요이 | 소주 약 1.3잔 |
|---|---|
| 짐빔·오키나와 | 소주 약 2.2잔 |
| 보드카 크루저 | 소주 약 2.6잔 |
| 4캔 전부 | 소주 약 8.4잔 — 한 병(7잔)이 넘습니다 |
12,000원짜리 4캔이 소주 한 병보다 셉니다. 저는 이걸 모르고 샀습니다.
오키나와 하이볼을 먼저 땄습니다

이게 제일 위험했습니다.
목넘김보다 과일 맛이 먼저 옵니다. 시콰사, 그러니까 감귤 맛이 꽤 강해서 술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듭니다. 탄산 든 감귤 음료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홀짝홀짝 마셨습니다. 두 모금에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먹자마자 옵니다.
일본 소주(泡盛)에 시콰사를 더한 술이고, 캔에 ALC. 5% / 과즙 0.2% / 350ml라고 적혀 있습니다. 과즙은 0.2%인데 맛은 그 이상으로 납니다.
치킨은 말복 쿠폰이었습니다

치킨은 말복에 선물로 받은 쿠폰으로 시켰습니다. 반반으로.
정리하면 치킨은 공짜고 술값만 12,000원 나간 밤입니다. 그런데 술을 못 먹는 사람이 그 12,000원을 다 못 마십니다. 세 캔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술 모르는 분들께
- 4캔 행사는 같은 값이지만 같은 술이 아닙니다. 용량과 도수를 보고 담으면 손해도 안 보고 과음도 안 합니다.
- 과일 맛이 강한 하이볼일수록 조심해야 합니다. 술이라는 신호가 약해서 음료처럼 마시게 됩니다.
- 도수보다 순알코올 양입니다. 4.8%가 5%보다 셀 수 있습니다. 용량이 다르면 그렇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는 이미 데려온 뒤였고, 술은 집에 와서 마셨습니다. 한 모금이라도 마셨으면 운전대는 잡지 마세요. 저는 오늘 밤 더 이상 나갈 일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