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죽도포포 — 시장이 문을 닫을 때 열리는 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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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 2026곰탕인데
육향이 안 납니다
장기식당 — 1952년부터 소머리를 고아온 집
- 국물이 맑습니다. 곰탕 특유의 육향이 거의 없어서 처음엔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 곰탕 소자 15,000원인데 고기가 넉넉합니다. 굵은 소금에 찍어 먹는 맛이 좋습니다.
- 매주 월요일 쉬고,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닫습니다. 만 6세 이하는 못 들어갑니다.
죽도시장 안에 곰탕집이 모여 있는 골목이 있습니다. 간판이 나란히 붙어 있어서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한참 서 있게 되는 곳이요.
그중 한 집에 들어갔습니다. 장기식당입니다.
국물에서 소 냄새가 안 납니다
먼저 이 말부터 해야겠습니다. 곰탕인데 육향이 거의 없습니다.
보통 곰탕은 진한 고기 냄새를 즐기러 갑니다. 뽀얗고 묵직하고, 숟가락을 넣기 전부터 냄새가 먼저 옵니다. 그런데 이 집은 다릅니다. 국물이 맑고 깔끔해서, 솔직히 말하면 콩나물국을 먹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이게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진한 곰탕을 기대하고 가시면 첫 숟가락에서 어리둥절할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고기 냄새 때문에 곰탕을 못 드시는 분들에게는 이 집이 답일 수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 입맛에는 오히려 이쪽이 맞겠다 싶었습니다.
고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메뉴는 곰탕과 수육 둘뿐입니다. 저는 곰탕 소자 15,000원을 시켰습니다.
가격만 보면 시장 밥집치고 싼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나온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고기가 살짝 많다 싶을 정도로 들어 있습니다. 소머리 고기가 국물 아래 깔려 있는데, 건져서 세어보고 싶을 만큼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곰탕에 고기가 많은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고기는 적당하면 됩니다. 이 집 소자는 제 기준으로는 적당함보다 조금 많았습니다.
그런데 고기를 씹어보고 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도 먹겠다 싶을 만큼 부드럽습니다. 푹 고아졌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먹는 방식은 굵은 소금에 찍는 것입니다. 이렇게 먹으니 맛이 확 섭니다. 고기에서도 잡내가 안 나고요. 국물이 맑은 것과 같은 결입니다.
밥은 따로 나옵니다. 말아서 드셔도 되고 따로 드셔도 됩니다. 공기밥은 1,000원이고요.
진한 곰탕을 기대하고 가면 당황합니다.그런데 그 맑음이 이 집의 방식입니다.
1952년부터 이 자리입니다

가게 앞 배너에 “Since 1952. 2월”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74년째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벽에 흑백사진 두 장이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1대와 2대 사장님입니다. 그 아래에서 지금 사장님이 국을 뜹니다. 밖에는 “처음 그대로의 맛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라고 써 붙여놨고요.

이 집이 하는 건 토렴식 소머리곰탕입니다. 밥이나 고기를 뜨거운 국물에 여러 번 담갔다 빼면서 온도를 맞추는 방식이요.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인데 아직 그렇게 합니다.
텔레비전에도 몇 번 나왔습니다. 수요미식회, 밤도깨비, 슈퍼맨이 돌아왔다. 다 2017~2018년 방송이니 이미 오래전 이야기고요.
가시기 전에 알아둘 것
제가 간 건 오후 4시 반이었습니다. 애매한 시간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데 이미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매장이 생각보다 넓은데도요.
그리고 저녁이 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듯 들어왔습니다. 시장 상인들이 일 끝내고 오는 시간과 겹치는 것 같았습니다.
세 가지를 조심하세요.
하나, 매주 월요일 휴무입니다.
둘, 메뉴판에 “조기 품절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붙어 있습니다. 소머리를 고아 쓰는 집이라 그날 준비한 양이 끝나면 문을 닫습니다.
셋, 노키즈존입니다. 만 6세 이하는 입장이 안 됩니다. 아이 데리고 가시면 헛걸음합니다.
마감이 두 가지로 붙어 있는 것도 눈여겨보세요. 평일은 저녁 7시 30분(주문 마감 7시), 주말은 저녁 7시(주문 마감 6시 30분)입니다. 아침 8시에 열고요.
죽도시장3길, 공중화장실 옆
주말은 저녁 7시까지
수육 小 45,000 · 大 55,000
공기밥 1,000 · 소주·맥주 각 4,000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저녁으로 갈수록 붐빕니다
곰탕 한 그릇 뒤에
같은 골목에 평남식당도 있습니다. 3대째 하는 집이라고 간판에 적혀 있더군요. 저는 아직 안 가봤으니 나중에 다녀와서 따로 적겠습니다.
배가 든든해지면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죽도포포가 있습니다. 한복 맞추던 포목골목에 있는 3층짜리 카페인데, 시장에서 밥 먹고 거기서 숨 돌리면 반나절이 채워집니다.
포항 곰탕집이라고 소개했지만, 솔직히 이 집은 포항을 넘어서도 내놓을 만합니다. 74년을 한 자리에서 같은 걸 끓여온 집이 흔치 않으니까요.
진한 곰탕파와 맑은 곰탕파,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