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포갈집 — 소고기 100g 10,900원, 숯불에 직접 굽는 집
8월 23, 2026
이틀 전 쓴 글이 틀렸습니다 — 아내가 이긴 3초
8월 25, 2026186,000원
결핍을 소비로 메우려 할 때
소고기 100g 10,900원인 집에서 18만원을 썼습니다. 아이 생일을 챙긴 게 아니라, 못 해준 미안함을 계산서로 메우고 있었습니다.
포갈집에서 186,000원이 나왔습니다.
소고기 100g에 10,900원인 집입니다. 다른 데보다 싼 집이고, 청년들이 두 시간씩 기다려서 오는 집입니다. 아기국밥은 아예 무료입니다. 부담 없이 소고기 먹으라고 만들어진 집이죠.
그 집에서 저는 18만원을 썼습니다.
그날의 토요일
첫째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소고기를 먹이고 싶었습니다. 영일대가 한창 붐비는 계절이고, 그날은 치맥파티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대기 36번을 걸어놓고 미용실에 아이 머리를 깎이러 갔습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토요일입니다. 문제는 계산할 때 생겼습니다.

꽃살 8인분, 마약포갈살 5인분, 우설 2인분. 밥과 음료까지. 고기만 15인분이었습니다.
옆 테이블에 연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4인분에 비빔밥과 냉면 정도를 시킨 것 같았습니다. 5~6만원쯤 나왔을 겁니다.
같은 집에서 우리는 세 배를 썼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먹을 나이인 걸 감안해도, 그건 좀 과했습니다.
무엇을 산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날 아이 생일을 챙긴 게 아니었습니다.
요즘 여러 사정으로 경제적으로 좋지 않았고, 못 해준 게 많았습니다. 그 미안함을 그날 저녁 한 끼로 메우려고 했던 겁니다.
결핍을 채우려는 소비에는 적정선이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그건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게 됩니다. 아이는 8인분과 6인분의 차이를 모릅니다. 그 차이를 아는 건 계산서를 받는 저뿐입니다.

미식이 끝나는 지점
우설을 반쯤 남겼습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이미 배가 불렀기 때문입니다. 처음 두 점은 분명 좋았습니다.
이런 경우를 가끔 봅니다. 15만원짜리 호텔 뷔페에 가서 처음엔 “우와” 하다가, 배가 차고 나면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현실의 금액만 남는 순간이요.
식욕이 채워지면 미식은 끝납니다. 그 뒤에 남는 건 계산서뿐입니다.
가게는 제 역할을 했습니다
포갈집은 좋은 집이었습니다. 소스가 세 가지 나오고, 갈비탕과 양념게장을 서비스로 주고, 파김치가 훌륭했습니다. 숯불에 직접 굽는 맛도 좋았습니다.
이 집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은 둘이서 4인분에 소주 한 병입니다. 그러면 5만원 언저리에 소고기를 배부르게 먹습니다. 청년들이 두 시간을 기다리는 이유가 그거죠.
가게는 제 역할을 했습니다. 못 한 건 저였습니다.
다시 갈 겁니다
다음엔 둘이서, 4인분만. 파김치 더 달라고 하면서요.
그날의 18만원은 우아함이 아니라 결핍이었습니다. 그걸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그 계산서는 값을 했습니다.
참견 좀 했습니다. 이번엔 저한테요.
가격·메뉴·웨이팅 정보. 포갈집 메뉴판 가격, 웨이팅 실측, 몇 인분이 적당한지는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 포항 포갈집 — 소고기 100g 10,900원, 숯불에 직접 굽는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