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 한국 물가, 서울과 지방의 30% 차이
8월 12, 2026
포항 장기식당 — 곰탕인데 육향이 안 납니다
8월 15, 2026시장이 문을 닫을 때
열리는 다락
죽도포포 — 한복 맞추던 골목에 생긴 3층짜리 카페
- 죽도시장 안, 한복 맞추던 포목골목에 있습니다. 시장 구경을 끝내고 걸어서 갈 수 있습니다.
- 3층 건물인데 층마다 방이 다릅니다. 한 층에 대여섯 명이면 꽉 찹니다.
- 저녁 7시에 닫습니다. 시장이 파장하는 시간과 겹치니 오후 5시쯤이 가장 좋습니다.
죽도시장에 가면 다들 회를 먹거나 과메기를 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시장 안쪽에 사람들이 잘 들어가지 않는 골목이 하나 있습니다.
포목골목입니다. 옷감 파는 집들이 모여 있는 거리요. 죽도시장에서 거의 유일한 공산품 거리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집안에 큰일이 있으면 여기를 왔습니다. 혼사가 정해지면 한복을 맞추러, 환갑이 다가오면 어머니 옷을 지으러요. 요즘은 한복을 맞춰 입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이 골목도 조용해졌습니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익숙한 길인데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조차 드뭅니다.
그 골목에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담쟁이가 지붕까지 덮은 나무집이고, 간판이 작아서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세 층인데 층마다 다른 집 같습니다
1층은 바입니다. 사장님이 핸드드립을 내리는 자리고 좁습니다. 여기서 주문하고 위로 올라갑니다.

계단이 좁고 가파릅니다.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층에 올라서면 방이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는 마크라메 조명이 걸린 원목 방, 다른 하나는 좌식 자리에 인형과 조개껍데기가 잔뜩 걸린 방입니다.


3층까지 올라가면 벽난로가 있습니다. 전기 벽난로지만 불빛이 진짜처럼 흔들립니다. 옆에는 불 켜진 지구본이 놓여 있고요.
한 층에 대여섯 명이면 꽉 찹니다. 좁다는 게 단점처럼 들리지만 올라가 보면 압니다. 층으로 끊겨 있으니 옆 테이블 이야기가 안 들리고, 그 방이 잠깐 내 방이 됩니다. 여럿이 우르르 가기에는 맞지 않는 집입니다.
오후 5시가 좋습니다
이 집은 저녁 7시에 닫습니다. 카페치고는 이릅니다. 그런데 죽도시장이 5시면 슬슬 파장 분위기라 그때쯤 주차 자리도 풀립니다.
시장이 닫혀가는 시간과 카페가 닫히는 시간 사이에 두 시간쯤 되는 틈이 생깁니다. 저는 그 시간에 갔습니다. 다섯 시였고, 2층에 두 팀이 있었습니다. 시장 구경을 끝내고 다리쉬임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저녁 먹고 커피 한잔 하러 갈 수 있는 집은 아닙니다. 그때는 이미 닫혀 있습니다.
씹으면 달고, 크림이 얹혀 있고, 사천 원입니다.바나나구이를 파는 카페는 흔치 않습니다.
바나나를 구워서 냅니다
디저트에 바나나구이 4,000원이 있습니다. 바나나를 반으로 갈라 겉을 태우듯 굽고 크림을 얹어 냅니다. 1층 바 옆에 생바나나가 한 다발 걸려 있는데 그게 재료입니다.

커피는 핸드드립 5,000원이 기본입니다.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리니 급하면 다른 걸 시키는 게 낫습니다. 로얄밀크티 5,000원도 시그니처고요.
메뉴판에서 눈에 걸린 건 반둥테크라떼 5,000원이었습니다. 반둥은 인도네시아 도시 이름입니다. 크림흑차라떼, 판단코코라떼 같은 것도 있고요. 이 집 메뉴는 유행을 따라간 게 아니라 누군가의 취향을 따라간 것 같습니다.
남매가 합니다
문에 종이가 한 장 붙어 있습니다.
“남매가 운영해요. 부부 아닙니다 ㅠㅠ!!!! 여동생과 오빠가 함께 운영합니다”
얼마나 자주 오해받았으면 저걸 써 붙였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게를 둘러보면 취향이 정말 둘입니다.
1층 바에 안내판이 하나 서 있는데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러닝에 진심인 남사장님이 쏘는 할인 이벤트.” 포항·경주·대구 마라톤 완주증을 보여주면 5km 5%, 10km 10%, 하프 20%, 풀코스는 40% 할인입니다. 카페에서 마라톤 기록으로 할인을 받는 건 처음 봤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인센스와 터키석 팔찌, 조개 장식 같은 소품이 놓여 있습니다. 어딘가 멀리서 가져온 것 같은 물건들이요. 메뉴에 반둥이 들어간 이유도 아마 여기 있을 겁니다.
한 가게 안에 취향이 두 개 있습니다. 보통은 그러면 산만해지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섞여 있습니다.
여섯 권째 방명록
3층 책상 위에 노트가 여러 권 쌓여 있습니다. 표지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3F 여섯번째 방명록」
손님들이 쓴 노트가 여섯 권째라는 뜻입니다. 다섯 권이 이미 다 찼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 좁은 다락에 그만큼 사람이 다녀갔습니다.

한 장을 펼쳐 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지나가다 들린 곳. 따뜻한 느낌이 좋아요. 잠깐 쉬어 갈 수 있어서 좋아요. 오시는 모든 분들께 저의 따뜻하고 행복한 마음을 나눠드립니다.”
그리고 같은 페이지 위쪽에 낯익은 글씨가 있었습니다.
제 글씨였습니다.
조금은 흐린 날. 그러나 봄날.참견아빠 & 참견엄마 다녀감. — 3월 21일
지난 3월에 아내와 여기 왔었습니다. 그날 방명록에 몇 줄 적고 갔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다섯 달이 지나 이번에는 기록을 하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다시 왔다가,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 집을 기록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커피 마시러 온 사람이었고, 날이 좋아서 몇 줄 적었을 뿐입니다.
기록은 그렇게 남는 것 같습니다. 남기려고 남긴 게 아니라, 좋아서 적어둔 것이 어딘가 쌓여 있다가 나중에 나를 기다립니다. 이 집 다락에 노트가 여섯 권째 쌓인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죽도시장 포목골목
문 유리에 적힌 기준
문에는 매일 연다고 적혀 있고 일부 정보에는 월요일 휴무로 나옵니다. 직접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오후 5시가 지나면 자리가 풉니다
시장 구경 끝내고 문 닫기 전
한 층에 대여섯이면 꽉 찹니다
바나나구이 4,000 · 아인슈페너 5,500
곰탕 한 그릇과 함께
죽도시장에는 장기식당, 평남식당 같은 곰탕집이 있습니다. 든든하게 한 그릇 하고 이 다락으로 올라오면 반나절이 채워집니다. 시장에서 배를 채우고, 골목에서 숨을 돌리는 순서요.
곰탕집은 다음에 따로 적겠습니다.
다섯 달 전의 내가 적어둔 글을 오늘의 내가 읽었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곳이 있으신가요?


